수업시간에 책을 읽는다면? ‘한 학기 한 권 읽기’ 톺아보기

작성자 : 교사지원센터 작성일 : 19. 04. 01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에 독서단원이 생겼다. 내년에는 초등 5~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까지 확대된다. 적어도 한 한기에 한 권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취지인데,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책읽기를 할 수 있을까? 독서교육에 관심 많은 선생님들의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는 것


서현숙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하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도서 목록 때문에 고민하신다. 도대체 어떤 책을 애들한테 읽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 추천도서는 아이들을 재우기 쉽고, 애들이 좋아할 것 같아 선택한 책도 싫다며 항의하는 애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아서 독서교육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황현정 해보지 않아서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것도 크다. 교사 연수에서 단편을 20분 동안 서로 돌아가면서 읽는 활동을 했다. 근데 선생님들이 깔깔깔 웃으면서 좋아하시더라.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고, 학교 가서 해보겠다고 했다. 반응이 애들보다 더 강했다. 막상 해보면 괜찮은데, 경험해보지 않아서 갖는 두려움이 큰 것 같다.

서현숙 책 한 권을 읽고 뭔가 활동하려면 보통 한 달은 걸리는데 그 시간의 과정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갖는 두려움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이거 했다가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강의식 수업할 때는 잘했는데, 이런 활동을 하다 무너지면 아이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에 갖는 두려움이 크다.

허보영 아이들도 거부감을 갖고 대할 때가 있다. 고등학교가 더 그런 것 같은데, 이미 수동적인 수업에 익숙한 아이들은 스스로 뭔가를 계속 하게 하는 수업에 거부감, 불편감을 느낀다. 그걸 깨는 게 힘들다. 어렸을 때부터 수업시간에 책 읽고, 글쓰기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독후활동이 독서를 망친다?


최일지 독후활동도 즐거운 걸 하면 되는데 자꾸 힘든 걸 시키니까 애들이 책 읽는 것을 싫어한다. 자기 느낌, 감정을 표현하고 다 다르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줘야 하는데 정답을 강요하니까 싫어하는 거다. 특히 줄거리 위주, 교훈 위주의 독후감을 써와라 하면 100% 싫어한다.

서현숙 독후감 몇 매 이상 써서 이메일로 제출해이런 건 정말 안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애들은 인터넷에서 대충 내용 긁고 앞뒤로 자기 생각 조금 붙여서 낸다.

최일지 수업시간에 책을 안 읽히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수업시간에 같이 읽었으면 애가 어떤 표현을 했고, 이 독후감이 직접 쓴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그냥 이거 읽고 써와라 하니까 안 되는 거다. 과제 중심의 평가를 하면 대부분 실패하는 것 같다.

황현정 작년에 우리 반 남자 아이 한 명이 글자는 아는데 책을 한 장 이상 못 읽었다. 근데 올해는 자리에 앉아서 책 한 권을 다 읽더라. 관찰해보니 옆에 있는 친구들의 배려가 보였다. 우리는 소리 내서 읽는 걸 많이 하는데 그 아이가 읽을 때 친구들이 괜찮아 잘 읽었어’ ‘, 그게 그런 뜻이지하며 반응을 잘해줬다. 그게 정말 효과적이었다. 나는 독후활동보다 같이 책을 읽고, 의미를 이해해 가는 이런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허보영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가 아니라 과정이 없는 결과는 그게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이더라도 본질에 닿아있지 않다. 과정 없이 결과물만 요구할 때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애들도 싫어하고.
 


독서수업, 잘 안 됐던 이유


허보영 관계가 좋게 형성된 반은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반은 아이들 반응이 너무 공격적이고 힘들었다. 모든 수업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독서수업은 관계가 중요하다. 도구로서의 책 읽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교육으로서 독서수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함께 읽기가 중요하다.

서현숙 고등학교 애들은 아무리 모둠으로 묶어주고 읽고 싶은 책을 정하라 해도 방향이 엇나가는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들이 읽을 수 없는 수준의 책을 고를 때가 있는데 책을 선택하는 것도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을 많이 쌓여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최일지 그게 단절되는 시기가 중학교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한 권을 읽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 중학교부터 책이 두껍고, 국어수업 말고 다른 시간에는 책을 읽지 않는다. 그래서 책은 그냥 따로 읽는 거, 좋아하는 아이들만 읽는 걸로 바뀌고 보통의 애들은 교과서와 문제지만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황현정 교사 역량이 굉장히 중요한데 연수가 많지 않고, 해도 오시는 분들만 온다. 실제로 해보는 실습 위주의 연수가 필요하다.

서현숙 교사 독서동아리가 독서교육의 씨앗인데,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선생님 스스로 독서토론의 즐거움을 모르면 이런 수업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과정이 질서정연하지 않고 힘들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가 그냥 수업하는 게 낫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과정을 견디고 하는 건 그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 독서는 교육의 기본이다. 씨앗을 뿌린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신경 쓰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최일지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교육과정에 들어왔으면 예산도 같이 줘야 하는데 책을 살 돈이 없다. 모둠끼리 읽으려면 같은 책이 적어도 4~5권 정도 있어야 하는데, 이걸 도서관 예산으로 사면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살 수가 없다. 예산 지원 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수업 어때요?

황현정 책 읽기 전 활동도 중요합니다. 얼마 전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갔어요. 한 코너 앞에서 20분 정도 주고 우리가 다 같이 읽을 책인데 각자 하나씩 골라봐 했더니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책을 보더라고요. 자기가 골라온 책을 각자 소개하면서 같이 읽고 싶은 이유를 설명하게 했어요. 그런 다음 책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1분 훑어보기 하고 어떤 책을 읽을지 투표를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 한 권으로 몰리더군요. 자신들 수준에 맞게 고르고 투표해서 정한 거라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일부 남자애들은 엽기적인 책을 골랐는데 막상 투표할 때는 본인조차 손을 안 들더군요. ^^

최일지 국어 말고 다른 수업시간에도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5인의 책 읽기를 하는데 반응이 좋아요. 선생님 1명과 아이들 4명이 팀을 만들면 독서동아리 예산으로 책을 사주고 같이 읽게 합니다. 사회 선생님이 책 읽고 해줄 수 있는 얘기, 과학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다르잖아요. 각자 흥미에 맞게 책 읽고 얘기할 수 있게 하면 더 많은 애들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참여해 주신 분황현정(화계초), 최일지(봉의중), 허보영(원주공고), 서현숙(강원진로교육원선생님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