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의 책 읽기 수업...어디로 튈지 모를 학생들과 함께한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실제

작성자 : 교사지원센터 작성일 : 19. 04. 02


산전수전뿐만 아니라 공중전까지 겪어온 21년차 국어 교사 송승훈. EBS 선정 ‘최고의 교사’이자 대입수능 출제위원이기도 했던 그가, 신임 교사 시절의 부끄러운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그 실패를 넘어설 수 있는 책 읽기와 글쓰기 수업의 비법을 한 권의 책으로 선보인다.

그는 고백한다. 처음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자신이 아끼는 책을 권했더니, 나중에 그 책이 교실 뒤에 있는 재활용품함에 들어가 있었다고. 바로 그 재활용품함이야말로 자신이 이제까지 해온 독서교육의 둥지였다고. 학생들과 토론을 하면 아주 멋질 줄 알았는데, 학생들은 토론을 시키면 어느새 딴 얘기만 잔뜩 하더라고.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대체 왜 실패한 걸까.’ 새로운 시도라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는 거듭된 실패를 거치면서 그다음을 찾아 나간다. 

어떻게 하면 망하는지 먼저 알아야 실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법. 이 책의 초반부는 바로 그 실패의 이야기 모음이다. 앞서 언급한 에피소드로 돌아가보자. 신임 교사 시절, 자신이 가르치는 고등학생들이 세상에 나갔을 때 그래도 책 몇 권 읽은 게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필자는 책 읽기 수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훌륭한 책들을 권해줬더니 학생들은 그 책들을 재활용품함에 던져 넣었다. 왜 그랬던 걸까. 훌륭한 책들을 권했더니 훌륭한 학생들만 좋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훌륭하진 않지만 계속 성장해나갈 대기만성인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교사라면, 그 학생들은 무시한 채 오직 훌륭한 학생들만 바라보며 수업을 할 순 없지 않은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는 모두 자기가 정하는데, 자기가 읽을 책도 스스로 정해야 하지 않겠니?” 훌륭한 책을 권해줬다가 실패했으니, 학생들에게 책 선택권을 주어보았다. 이 방법은 먹혔을까? 학생들은 집에서 『어린이와 함께 읽는 명심보감』이나 『채근담』 같은 책들을 들고 나타났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골라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정의란 무엇인가』나 『이기적 유전자』처럼 어디서 한 번쯤 제목을 들어본 책들을 골라왔다. 그러고서 1~2주가 지나면 책 읽는 게 어렵다고 했다. 원래 이런 책들은 어른이 읽어도 책장이 잘 안 넘어가지 않나.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는 학생마저 있었다. “선생님, 교과서가 역시 좋은 책이었어요. 나라에서 만든 책은 역시 뭔가 달라요.”

학생들이 책을 읽고서 하는 생각도 문제였다. 가난과 빈곤을 다룬 르포를 읽혀봤더니 일부 학생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공부를 못하면 이런 사람이 된다. 역시 아버지 말이 맞았다.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여름방학 때 학원이라도 끊고 열심히 공부해서 절대 이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내가 잘 살아서 다른 사람도 함께 잘 살게 하는 게 인간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 텐데, 고작 나나 잘 살자는 데 머문다면 그것은 짐승의 본능에 가깝다. 짚신벌레도 약을 뿌리면 도망가서 살길을 찾을 텐데, 지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원초적인 본능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닌가. 훌륭한 책을 읽더라도 상당수의 학생들은 훌륭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성경이나 불경을 읽는다고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듯 말이다.

게다가 서평 쓰기는 학생들에게 더더욱 어려운 미션이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은 뒤 5쪽짜리 서평을 써야 한다고 말하면 학생들은 아우성친다. “그게 사람이 쓸 수 있는 분량인가요!!!”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고 성찰을 써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성찰이 무슨 뜻이에요?” 자기를 반성하고 인생을 돌아보면서 책 내용을 돌이켜보라면 다시 이런 답변이 날아든다. “비 오는 날 나가 놀면 위험한 거였어요. 엄마가 비 오는 날 나가서 놀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엄마 말 안 듣고 함부로 나가서 놀았지요. 다음에는 안 그럴 거예요.” 이런 대답을 한 학생은 자신도 어이없어서 웃는다. 평범한 학생들에게 이런 서평이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학생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 우선 필자는 총 15종의 책을 고른다.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5종만 고등학생용, 5종은 대학생용, 5종은 중학교 2~3학년용 책이다. 한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 다양한 만큼, 책도 자기 수준대로 고를 수 있게 그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다. 독서 부진아를 위해서는 야한 책, 슬픈 책도 목록에 포함한다. 특히 부진한 남학생에게는 생명의 기운을 자극하는 야한 책만이 그 학생의 정신을 유지시켜준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아직 독서에 부진한 학생들을 그렇게 조금씩 책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과거에 책 읽기는 숙제였지만, 이제 책 읽기는 학교의 정규 수업 시간에 진행한다. 숙제로 내주면 훌륭한 학생들만 책을 읽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은 한 학기에 한 권을 읽는다.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교사도 학생도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 권을 제대로 읽고, 제대로 논의하고, 제대로 쓰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학생들은 4명이 한 모둠을 짜서 이 모둠이 함께 같은 책을 읽는다. 그러니 교실에서는 각각의 모둠마다 다른 책을 읽는다. 학생들의 수준과 편차를 고려한 선택이다.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을 때, 이들은 바로 옆의 친구에게서 무언가를 배워 나간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견주며 발전해간다.

책 읽기에 비해 글쓰기는 훨씬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힘든 만큼 배우는 것도 많다. 서평 쓰기는 책 읽는 능력을 고통스럽게 기르는 방법이자 책 읽기 교육의 본질에도 다가가는 방법이다. “왜 꼭 글을 써야 하나요? 전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대충 살 건데.” 이런 학생들, 꼭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학생들에게 굴하지 않고 답한다. “너 연애 할 거야, 안 할 거야? 연애하려면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카톡도 보내야 하잖아. 책을 읽고 글을 써봐야 그걸 잘하지. 좋은 사람을 잘 잡으려면 글을 잘 써야 해. 카톡이랑 글쓰기가 다 연결된 거라고.”

필자는 막연하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라는 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이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선 책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쓰기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책의 내용 중 중요한 것 다섯 가지를 골라서 세 줄씩 옮겨 적어보자.” 책 내용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는 쓰기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책과 연관된 세상일을 세 가지 찾아서 네 줄씩 설명을 써보자.” 이때의 세상일이란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 등에서 본 것들을 쓰면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쓰기를 위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책과 연관된 자기 경험이나 생각을 두 가지 쓰고 다섯 줄씩 설명을 써보자.” 이렇게 세 가지 과정을 거치고 조합해 총 4장의 글을 만든 뒤 앞뒤로 머리말과 맺음말을 붙여 5장의 서평을 완성한다. 

이것이 바로 2017년에는 초등학교에서, 2018년부터는 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모델이다. 이제 학교 현장에서는 한 학기에 한 달, 교과서가 아니라 책을 들고 학생들을 만난다.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국어과의 가장 큰 변화였다. 이 수업의 실제 모습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에는 국어 시간 외에 다양한 교과에서 어떻게 책을 읽힐지에 대한 안내도 첨부했다. 책은 국어과에서 읽히는 거라는 생각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학생생활기록부에도 이제 모든 과목별로 독서기록을 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말이다. 여행용 가방 안에 책을 가득 싣고 수업을 들어오는 체육 선생님이 있을 정도이고, 이런 수업에서 얼굴 작아지는 지압법 책을 읽은 학생들이 서로의 얼굴을 만져주는 게 바로 요즘 교실이다.

또한 독서교육을 하다가 소소하게 마주치는 문제 상황을 다뤄내는 법들도 충실히 담고 있다. 학생들과 오래 부딪쳐온 경험에서 길어낸 소중한 이야기다. 심지어 책 읽힐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교사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책 안 읽는 교사가 어떻게 독서 수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팁도 들어 있다. 고급 수준의 독서교육을 위해 독서토론 하는 법, 책 읽고 대화한 내용을 기록하는 법, 담임교사가 자기 반에서 할 수 있는 책 읽기 지도,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히는 묘안 역시 다루었다. 

부록에는 함께 공부한 학생들이 쓴 글을 활동 종류별로 네 편을 실었다. 고등학생 정도면 어른과 별로 다르지 않은 지적 수준을 보임을 이 글을 보면 알게 된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학생들을 고급스럽게 가르치는 쪽으로 우리 사회가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출처 : 미래한국(http://www.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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